실험실의 새끼 원숭이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원숭이 앞에 있는 것은 철망으로 만든 두 개의 가짜 엄마. 한쪽은 가슴에 젖병을 달아놓았고, 다른 한쪽은 젖병은 없지만 부드러운 담요를 덮어두었다. 원숭이의 선택은 '담요 엄마'였다. 배가 고플 때는 어쩔 수 없이 '철망 엄마'의 젖병을 물었지만, 나머지 시간은 모두 담요 엄마 옆에 달라붙어 있었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도 '네 옆에는 엄마가 있고, 세상이 있어'라고 알려주는 가장 원초적이고 중요한 방법은 살갗을 부비는 스킨십과 안아주기다. 하지만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다. 쉽지만 놓치고 있는 몇 가지 원칙 속에 그 이유가 숨어있다.



아이는 양다리를 걸치듯 여러 명과 애착을 형성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가장 강력하고 특별한 '한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를 가장 많이 안아주는 그 한 사람은 가장 중요한 애착 대상인 엄마여야 한다. 그리고 생후 6개월부터 시작해 돌 전후 절정에 달하는 '낯가림'시기에는 예쁘다고 덥석덥석 안아주지 않도록 한다. 아무리 친척이라지만 자주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이에게는 똑같이 낯선사람일 뿐이다. 아이와 안면을 튼 후 안아주는 것은 아이를 위한 매너이자 배려.



돌 전후로 엄마들은 스킨십에 점점 무뎌지고 야박해진다. 3~4세 정도면 훌쩍 커 보일 수도 있지만, 하루 10번 이상은 안아주면서 사랑과 관심을 전달해줘야 한다. 아이가 말을 곧잘 하게 되면서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라고 불쑥불쑥 묻고 확인한다면 엄마의 애정 표현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다. 이럴 때는 충분히 안아주면서 몸으로 사랑을 확인시킨다.



아이를 안을 때는 서로의 심장이 가장 가까이 맞닿는 순간이다. 아이를 안고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거나 부드러운 말투로 야단을 치는 경우가 있는데, 스킨십을 할 때는 되도록 말을 줄인다. 조용히 '함께 있음'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노래를 불러주면서 신체 표현의 하나로 엄마의 목소리를 느끼게 해주는 정도가 가장 좋다.



일상적인 인사를 할 때나 아이가 잠들기 전에는 가볍게 안아서 토닥여주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주의가 산만한 아이가 잔뜩 들떠서 통제가 안 될 때, 아이가 기겁하듯 울면서 떼를 부릴 때는 힘주어 꼭 안아서 화난 감정이나 붕 뜬 정서 상태를 눌러주는 것이 좋다.



아이를 안아줄 때는 아이와 눈을 맞추는 것이 좋다. 눈맞춤에 가장 좋은 안아주기는 '젖 먹이기'자세다. 젖을 먹일 때처럼 아이를 엄마 무릎에 앉혀 가볍게 흔들어주거나 눈을 보면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좋다. 가끔 큰 아이도 이런 자세로 빨아 먹는 주스나 아이스크림을 먹게 하면 마치 아기 때로 돌아간 것처럼 좋아하면서 포근함을 느낀다.



많이 안아주는 것과 아무 때나 안아주는 것은 다르다. 아이도 기분이 나쁠 때가 있고 뭔가에 집중해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눈치 없이 안아주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스킨십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엄마가 '자, 오늘부터 각성하고 스킨십 시작'을 각오로 덤벼드는 것도 엄마의 기분일 뿐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안아주고, 나중에는 안고 흔들기처럼 점점 스킨십의 강도와 방법을 바꿔나가도록 한다.




Posted by one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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