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목욕’은 하루 중 중요한 일과에 속한다. 하루 종일 뒹굴며 범벅이 된 땀과 오염물을 씻어낼 뿐 아니라, 쌓인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잠자리를 준비할 수 있다. 부모 역시 보드라운 피부를 만지면서 아기 키우는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신생아 때부터 목욕시키는 일을 아빠가 전담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의외로 고민하는 부분은 ‘언제까지 딸아이의 목욕을 남편에게 맡길 수 있을까?’다. 아빠이긴 해도 엄연한 ‘이성’인데, 훌쩍 큰 아이의 목욕까지 맡기는 건 부녀 모두에게 겸연쩍고, 아이의 성교육에도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다는 염려 때문이다. 


 
아동발달 전문가는 만 4세,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 6~7세부터는 딸아이는 엄마, 남자아이는 아빠, 즉 동성 부모가 목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다. 이 무렵부터는 한방에서 이성 부모와만 ‘재우는’ 것도 슬슬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이는 아이 고유의 ‘성’을 인정하고 조심시킴으로써 다가올 사춘기에 맞이할 미묘한 몸의 변화까지 대비하는 의미.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이성부모의 손을 빌려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 정서상 동성부모가 씻겨주는 편이 더 낫다. 아이가 의아해한다면 “같이 해도 좋지만 이제는 네 몸을 조심하고 보호하는 의미에서 따로 하는 거야”라고 설명할 것. 또 한창 성에 예민할 시기이니만큼 남탕에 여자아이를 보내는 등의 행동은 피해야 한다. 


 
다른 측면으로 남자아이는 크면 남자 어른이 되고, 여자아이가 크면 여자 어른이 된다는 개념이 자리 잡는 시기라 그 전까지 남녀 구분 없이 스스럼없이 놀다가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노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아이의 심리·성장 발달에 보조를 맞춰준다는 의미에서도 이성 부모보다는 동성 부모가 목욕을 돕는 편이 바람직하다. 목욕 후 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닐 땐 “네 몸은 소중하니 아무나 보게 하면 안 돼”라고 반복해서 설명하고, 부모 역시 아이 앞에서 옷을 벗은 채 돌아다니지 않도록 한다. 


 
지난 2001년 영국 센트럴 런던 대학의 하워드 스틸 박사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는 신생아 때 아빠가 자주 목욕시킨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100쌍의 부모가 낳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아 때 아빠가 목욕시키지 않은 아이의 30%가 나중에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반면, 아빠가 일주일에 3~4번 목욕시킨 아이들은 3%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주목할 만한 점은 아빠가 목욕시키지 않은 아이들 대부분이 친한 친구가 없었으며,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목욕을 통한 신체 접촉이 아이가 상당히 자란 후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유 중 하나는 ‘옥시토신’ 호르몬 때문. 옥시토신은 따뜻한 온도에서 신체와 접촉할 때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 스틸 박사의 설명이다. 덧붙여 아빠가 아기를 돌보면 엄마의 케어를 받을 때와는 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 ‘목욕’은 스킨십하기 좋은 기회다. 아이의 ‘사회성’을 좋게 하기 위해서라도 아빠들이 당장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이들은 만 4세를 전후로 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져 자신의 생식기를 관찰하거나 엄마 아빠의 몸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 시기의 성교육은 몸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남자·여자의 신체적 차이를 알려주면서 자신의 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다. 만약 여자아이가 “엄마, 왜 나는 고추가 없어?”라고 묻는다면 “그 대신 여자에게는 소중한 아기가 자라는 ‘아기집’이 있단다”라고 말해주며 남녀의 차이를 분명히 한다. 남자여서 혹은 여자여서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신체 각 부분의 명칭과 기능을 말해주고, 수영복을 입었을 때 가려지는 부분은 ‘생명 탄생’과 관련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엄마나 의사 선생님이 만질 때를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보이거나 만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줌으로써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도움말 홍선자(홍아동발달연구소 소장). 현순영(이루다아동발달연구소 소장)

출처 : [베스트베이비]


Posted by one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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